Tuesday, July 06, 2010

아빠는 추해도 돼 ( 몇년 전 글 )

몇년 전 교회 수련회 다녀온 후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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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주 월, 화, 수 여름 휴가로 교회 캠프에 참석 했습니다.
교회 사람들 중 1000명 정도가 참석하는 전교인 여름 캠프 였습니다. 강원도 평창의 청소년 수련원을 통째로 빌렸습니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남자와 여자는 따로 자고, 한 방에 열명 이상씩 들어 갔습니다. 저와 아내는 제가 첫째와 둘째, 아내가 세째를 각자 맡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하나되는 우리" 이런 표어로, 주로 "가정 교회"에 대한 말씀과 교인들 사이의 대화, 토론, 공감대 형성, 이런 것을 많이 하였습니다.

"가정교회"는 저희 교회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약간은 진보적인 교회의 형태인데, 텍사스에 계시는 최영기 목사님 교회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의 모습과 같이 바꾸려고 합니다. 사도 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네, 어쨌든.. 서론은 그렇구요.. 캠프 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이들 하루에 두번 샤워 시키고, 옷 갈아 입히고, 밥 먹이고, 저녁에는 텐트에서 재우고 (방이 비좁을 것 같아 텐트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은혜 받는 일을 못하고, 아이들 뒤치닥 거리 하는 일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날, 떠나는 시간이 되어서 가족들 차에 태우고, 병에 식수 채우러 식당에 갔었는데, 후식으로 수정과가 나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어떻게 좀 가져가나 고민을 하다가 가지고 온 조그만 생수 병에 채워 가기로 했습니다.
큰 국자로 항아리에 있는 수정과를 퍼서 생수 병에 담는데, 주둥이가 작아서 대부분 흘리고, 조금씩 담고 있는데, 뒤에 몇 명이 줄을 서서 저를 별로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쳐다보고, 아이들 두세 명도 불쌍한 눈빛으로 보고 있고, 그렇지만 꿋꿋하게, 저는 그 눈길들을 감수 하면서 열심히 수정과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바로 뒤에 서 계시던 어떤 여자 집사님께서...
집사님 : "저기요.."
양림 : "네? 아 예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퍼가겠습니다." (지레 겁먹음)
집사님 : "아니요. 그게 아니라"
양림 : "네..? "
집사님 : "저도 담아가고 싶었는데, 잘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많이 흘리네요.... 천천히 하세요... 바지에도 뭍었어요.."
양림 : "아, 네... 잘 안되네요. 조금만 더 퍼가겠습니다." (창피해 하며)

창피함을 무릅쓰고, 간신히 수정과를 채워서 나오는데,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백윤식이 하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박신양 한테 완전히 당한 것을 알고, 장총을 들고 막 나가는데, 임하룡이 그러죠. 왜 추한 모습을 보이냐고, 그러면 안된다고...그러니까 백윤식이 한마디 합니다. "늙으면 추해도 돼!"....

네.., 아빠도 추해도 됩니다....^^ 죄도 많고, 실수도 많이하고, 떳떳하지 못한 점도 많아서 아빠 자격이 있는지 매일 고민하지만, 그래도 아빠이기 땜에, 주어진 임무는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아빠의 의무 때문에, 좀 추해 지고, 다른 사람 앞에서 비굴해 보여도 괜찮습니다.

캠프 기간 중에 한가지 붙잡은 말씀을 같이 나누고 짧은 캠프 수기를 마칠까 합니다. 성경 골든벨 준비를 하면서 외우던 구절인데, 마음에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로마서 8장 26절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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